판소리 감상은 어떻게 ? |
영화 서편제 때문인지 몰라도 이제 판소리하면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판소리를 직접 공연장까지 가서 이해하며 관람할 수 있는 관객은 얼마나 될까? 춘향가, 흥보가, 심청가 등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동화책으로도 읽었고, 학교 교과서에서 배우기도 했기 때문이다. 판소리 대목 중 춘향가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는 모르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 것이다. 흥보가 중에서 "제비 몰러 나간다. 제비 후리러 나간다......"와 심청가 중에서 "아이고 아버지 이이 이이 이 이∼∼∼"
판소리는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
그럼, 판소리는 무엇일까?
판소리는 부채를 든 한 사람의 창자(소리꾼)가 북을 치는 고수의 북 장단에 맞추어, 창(소리), 아니리(말), 발림(몸짓)을 섞어가며 긴 이야기를 엮어 가는 극(劇)적인 음악이다. 우리음악 중에서 긴 이야기를 노래로 한 것은 아마 판소리뿐일 것이다.
판소리란 판놀음으로 연행되는 소리라는 뜻이다. 판놀음은 넓은 마당을 놀이판으로 삼고 '판을 벌린다'하여 놀이의 구색을 갖추고, '판을 짠다'하여 놀이 순서를 제대로 짜서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연행하는 놀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판놀음으로 타는 줄타기는 판줄이라 하고, 판놀음으로 치는 농악은 판굿이라 한다. 그렇듯이 판놀음으로 벌이는 소리를 판소리라 한다.
판소리가 하나의 민속음악으로서의 내용과 형식을 갖추고 완성단계에 이른 시기는 조선 숙종부터 영조까지로 본다. 또한 판소리의 전성시기는 대개 정조로부터 철종까지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판소리에는 12가지 종류가 있다. 이를 12마당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춘향가', '심청가', '홍보가', '수궁가', '적벽가', '변강쇠타령', '옹고집타령', '무숙이타령', '강릉매화타령', '장끼타령', '배비장타령', '가짜신선타령' 등이다. 판소리 전성기에는 12마당도 넘게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에는 '춘향가', '심청가', '홍보가', '수궁가', '적벽가' 이렇게 5마당만이 전하고 있다.
판소리에서는 세 가지 요소가 삼위일체(三位一體)되어야 한다. 그것은 소리꾼, 고수, 청중이다. 이들에게는 각각의 역할이 주워진다. 소리꾼은 소리, 아니리, 발림 이렇게 3요소를 갖추어 판소리를 한다. 3요소 중에서 소리는 '창(唱)'이란 말로 국악계에서는 더 잘 통용된다. 즉 판소리에서 노래로 부르는 부분을 가리킨다. 판소리는 창과 아니리를 번갈아 부른다. 창 속에서 장단은 그대로 흘러가게 두고, 곧 북을 치게 놓아두면서 말로 하는 부분도 있다. 이것을 아니리라 한다. 말로 하기만 할 뿐 아니라, 노래처럼 창조로 부르는 대목도 있는데 이는 '도섭' 이라고 한다. 아니리는 시간의 흐름이나 장면의 전환 등 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구실을 하고, 특히 해학적인 대목은 아니리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소리와 아니리로 판소리를 부르면서 판소리 창자가 소리하는 도중에 하는 춤이나 몸짓을 발림 또는 너름새, 사체라고 한다.
이 발림에는 필수적으로 부채가 수반되는데, 부채는 원래 양반들이 사용하던 쥘부채가 판소리에서는 의미 있는 소도구로 사용된다. 그 의미로는 오른손에 든 부채는 바람을 부치는데, 사용하기도 하지만, 편지 읽는 대목에서는 편지가 되고, 노를 젓는 대목에서는 노가 되며, 톱질하는 대목에서는 톱이 된다. 심봉사가 어린 심청이를 안고 다닐 때는 심청이 이기도하고, 물건도 되고 하는 고도의 상징성을 띠는 물건이다. 발림 할 때 부채를 활짝 폈다가 접기도 하면서 상황을 유도하는 등 아주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판소리 고수는 가장 작은 판소리 공연에도 반드시 고수가 있어야 한다. 고수는 창자의 소리에 장단을 짚어주는 것으로 소리판의 주체가 된다. 북 반주는 명창의 소리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물론 고수는 소리판이라는 예술 무대에서 창자와 청중이 제대로 만나게 해주는 기능을 하는 조연이다. 고수의 기능은, 북을 앞에 놓고 추임새를 멋들어지게 넣을 수 있으며 북 장단을 감칠맛 나게 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추임새는 소리 도중에 고수가 발하는 '얼씨구', '좋다', '으이', '그렇지' 등의 감탄사를 가리킨다. 추임새라는 말은 '추어주다'에서 나온 것으로 조금 더 칭찬해주다 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판소리에서 추임새의 기능은 여러 가지 인데, 첫째, 흥을 돋군다. 추임새를 함으로써 창자와 청중의 흥을 돋구어 준다. 둘째, 북 소리를 대신한다. 북 장단을 생략하고 추임새로 대신하기도 한다. 셋째, 상대역의 대사를 대신한다. 고수가 아니리를 할 때 특히 고수는 추임새로써 이에 답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마치 상대역의 대사처럼 쓰인다. 예를 들어 '춘향가' 중에서 어사와 장모가 상면하는 대목. 소리꾼이 장모의 대사인 "어디를 갔다가 오는가 이 사람아!"라고 하면, 고수는 어사의 대사인 "서울 갔다 오네, 이 사람아."라고 한다.
고수가 쓰는 북은 '소리북' 또는 '고장북' 이라고 부른다. 북은 나무를 이어 붙여 만들기도 하고(쪽북), 통나무를 파내어 만들기도 한다(통북). 보통 북통의 지름이 40cm 정도이고 북통의 넓이는 25cm 정도 된다. 북통은 가운데가 약간 나오도록 만들지만, 북을 놓고 칠 때 흔들리지 않게 해야한다. 북의 왼쪽을 궁편, 오른편을 채편이라고 한다. 북채는 탱자나무나 박달나무를 둥글게 깎아 쓰는데 지름이 약 2cm정도이고 길이는 25cm에서 28cm가량 되는 것을 사용한다. 판소리의 단순성을 벗어나게 하고 또 소리에 광채를 더해 줄 수 도 있는 북 장단의 기능은 반주 이상이 분명하다. 예컨대 '적벽가' 중에서 수많은 군사들이 싸우는 장면 등에서 북 장단을 힘차고 복잡하게 쳐주고, '심청가'에서 떡방아 찧는 소리를 부를 때는 덩달아 떡방아 소리같이 들리게 쳐주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적 기능이 북 장단에는 포함된다.
소리판은 청중이 고수 다음으로 중요하다. 공연장에서 가장 훌륭한 소리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청중과 소리꾼, 고수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소리판이 이루어간다. 고수도 추임새를 하지만 청중도 추임새를 하는데 이는 이른바 '귀 명창'이라는 이름을 만들어내며 진정한 감상 행위로 승화된다. 예를 들어 '흥보가' 중에서 "놀보가 흥부를 두들겨 패는 대목"에서 나오는 추임새는 "저런 나쁜 놈!" 청중은 이렇게 소리치며 놀부의 행위에 말 매를 놓는다.
판소리 5마당 중에서 '수궁가'는 '적벽가'와 함께 가장 남성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항성(배에서 울려내는 소리)이 두드러지고 소리에 변화가 심하다. 웬만한 공력이 없으면 소화하기 힘들어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한 어린 학생보다는 완숙한 단계에서 배우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운차고 드라마틱한 판소리 제 맛은 '적벽가'나 '수궁가'와 같이 남성적인 작품에서 더 짙게 나타난다. 예를 들자면, 와르르르, 떠르르르 변화를 주며 휘몰아 가는 속도나 여러 장수들 성격을 표현하는 것 등이다. 특히 박봉술의 동편제 '적벽가' 바디는 정말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변화무쌍, 힘찬 소리였다고 한다. 요즘은 판소리 5마당 중 '수궁가'가 인기 있다고 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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