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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운명은? 주민들 뒤숭숭

행정수도 세종! 2008. 1. 18. 21:40
  • '세종'의 운명은? 주민들 뒤숭숭 [새 정부 출범 앞둔 충남 연기 르포]
    착공 6개월… "인수위에서 '보완'한다는데… 혹시 규모 줄이면 어쩌나"
  • 우정식 기자(연기) 입력 : 2008.01.10 01:19 / 수정 : 2008.01.10 03:08
    • "착공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당초 계획대로 잘 될 수 있을지 다들 불안해하는 분위기지 뭐."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설 충남 연기군에서 30년째 방앗간을 운영 중인 노대우(56·금남면 용포리)씨는 "보상도 제대로 못 받았는데 사업이 축소되면 정부에 두 번 속는 것"이라며 의혹 섞인 눈초리를 보였다. 9일 오전 충남 연기군 남면 종촌리. 12부 4처 2청 등 49개 중앙행정기관이 이전할 중심행정타운(276만4000㎡) 예정지에서는 중장비 10여대가 굉음을 내며 쉴 새 없이 흙을 퍼 나르고 있었다.

      7000가구분의 주거단지가 조성될 남면 송원리 '첫마을' 예정지에서도 100여 가구가 살던 빈 집은 모두 철거되고 터 닦기가 한창이었다. 종합 장례단지 '은하수공원'이 들어서는 남면 고정리 산중턱에서는 화장장 건축공사에 나선 인부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공사장 인력들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주고받는 등 예전보다 훨씬 부산한 모습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행정도시를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로 만들기 위해 행정도시, 대덕연구단지, 오송·오창 산업단지를 묶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이날 흘러나왔기 때문인 듯했다.

      주민들은 일단 행정기관 이전은 계획대로 추진하면서 '보완'한다는 소식에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러나 보완이 자칫 후퇴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연기군 남면 양화1리 남궁배 이장은 "40여 가구 중 절반 이상이 대신 농사 지을 땅과 이사 갈 집을 마련한 상태"라며 "새 정부가 사업 방향을 크게 틀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백수 행정도시주민보상대책위 운영위원장은 "일부 보완하는 것은 몰라도 규모를 축소시킨다면 주민들이 강력 반발할 것"이라며 "절대 속일 생각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 행정도시 건설 부지에 들어간 충남 연기군 남면 종촌리에서 한 주민이 철거되고 있는 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전재홍 기자 jhjun@chosun.com

    • 행정도시 건설공사는 지난해 보상이 끝나고 7월에 착공됐다. 현재는 중앙행정타운과 첫마을 등의 부지 조성공사 중이어서 이제 갓 공사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2014년이나 돼야 전체가 완공된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6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세종시법)'이 아직 통과되지 못한 점이 주민들 마음에 일말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행정도시가 한반도대운하 건설 등에 파묻혀 관심 밖으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국회에 계류 중인 세종시설치법의 2월 임시국회 통과 여부마저 불투명해 이런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총선 정국에 휘말릴 경우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 때문. 주민 박영순(여·53)씨는 "주민들이 모이면 사업이 축소되지 않을까 걱정하기 일쑤"라며 "어서 세종시법이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관련 지방자치단체 간 이해 대립도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다. 정부는 행정도시를 제주특별자치도와 유사한 정부 직할 특별광역자치단체로 만드는 법률안을 만들었지만, 충남도는 행정도시의 법적 지위를 도 산하 기초자치단체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郡) 전체 면적의 51.7%를 행정도시에 내주고 '초미니군'으로 전락하게 될 연기군은 군 전체를 세종시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충북 청원군은 행정도시에 들어가게 된 청원군 부강면 일대를 제외시켜 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남인희 행정도시건설청장은 "우선 관할 구역과 법적 지위를 정한 세종시 설치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지적한 뒤 "명품 도시 건설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