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돕기 쓰려 2년간 모아"
ㆍ장애 40대 모금회에 기부
지난 9일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종이상자 하나가 배달됐다. 20㎏이 넘는 무거운 상자(사진)였다. 상자 안엔 비닐봉투로 겹겹이 쌓인 10원짜리 동전이 가득했다. 동전은 6111개(6만1110원)였다. 동봉된 편지에는 '어쩌면 5000원이 되지 않을 수 있고 3000원도 안될 수 있지만 소중하고 알차게 쓰였으면 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안면장애를 앓고 있는 40대 남성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모아온 10원짜리 동전을 기부해 온 것이다. 21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동전을 기부한 주인공은 전남 장흥에 사는 사경문씨(48)로 밝혀졌다.
사씨는 2005년 구강암의 일종인 '편평상피세포암종'에 걸려 수술을 받았지만 후유증으로 얼굴이 뒤틀리고 걸음걸이까지 불편해졌다. 어려운 형편으로 아직 첫 수술 비용도 못내고 있지만 2년 넘게 모아온 10원짜리 동전들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그는 "수술받기 전부터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틈틈이 10원짜리를 모아왔다"며 "원하는 만큼 모은 것은 아니지만 우선 모아 놓은 것부터 어려운 이웃에게 보태고 또 모으면 그때 다시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씨는 수술 전에도 매년 농사지은 쌀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읍사무소에 보내는 등 꾸준히 이웃을 도와온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강화군에서는 익명의 20대 기부자가 액면가 1170원짜리 우표 652장(76만2840원 상당)을 봉투에 넣어 모금회에 보내왔다. 그는 편지에 '값비싼 무엇보다 아끼며 간직했던 우표를 보내니 좋은 일에 써달라'고 적었다. 모금회가 진행한 이웃돕기 캠페인에는 전국에서 헌혈증 1364장도 모였다. 모금회는 사경문씨와 헌혈증·우표를 기부한 기부자들을 올해의 '행복 나누미' 20호와 21호로 각각 선정했다.
경향신문 < 송진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