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톡! 바야흐로 꽃망울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싱그러운 봄기운이 기지개를 펴는 3월이면 남도의 매화를 시작으로 삼천리 방방곡곡에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일상이 아무리 바쁘다 해도 이 좋은 계절 춘심이 동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각 지방자치단체도 다채롭고 풍성한 지역축제를 마련해 상춘객들을 유혹한다. 화창한 주말, 꽃 향기 가득한 축제 현장을 찾아가자.
●복사꽃축제 (강원 강릉)=주민들 직접 준비 아기자기한 행사 많아
주민의 대다수가 복숭아를 재배하는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리 복사꽃마을은 해마다 4월이면 복사꽃축제를 연다. 3월 들어 영동지방에 내린 폭설로 행사가 일주일 정도 늦춰질 수는 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축제는 열린다는 게 마을 운영위원회의 설명이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기 때문에 소박하지만 인정 넘치는 아기자기한 부대행사가 많다. 복사꽃 누르미 체험과 복사꽃밭에서의 보물찾기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고 버드나무 풀피리 만들기, 떡메치기는 어른들이 좋아한다. 일찍 방문하면 복숭아나무 묘목을 무료로 받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인근엔 조선 후기 전형적인 사대부의 저택을 살필 수 있는 선교장을 비롯해 경포대·오죽헌·정동진 등 명소가 많다. 먹을거리로는 다양한 감자 요리가 많은데 감자를 갈아 밀가루와 섞은 후 새알같이 빚어 탕처럼 끓여 먹는 감자옹심이가 별미다. 저녁엔 주문진항에서 오징어회와 가자미회덮밥 등 싱싱한 해산물 요리를, 아침엔 경포호 옆 초당동으로 이동해 초당순두부로 속을 달래면 후회없다. 4월 셋째~넷째주 예정. ☎033-661-5208, www.gntour.go.kr
●소백산철쭉제 (충북 단양)=국내 최대 철쭉 군락지 … 분재전시 등 볼거리
‘2010 대충청 방문의 해’를 맞아 국내 최대 규모의 철쭉 군락지인 단양의 소백산으로 떠나는 것은 어떨까. 5월 하순의 소백산은 어여쁜 새색시의 분홍빛 저고리처럼 화려함을 자랑, 떠나는 봄을 아쉬워하는 상춘객에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연화봉(1,394m)에서 비로봉(1,439m)으로 이어지는 주목 군락지(천연기념물 제244호)와 더불어 희귀식물인 에델바이스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뽐낸다.
소백산 산신제를 시작으로 철쭉분재 전시, 철쭉여왕 선발대회, 손수건 꽃물들이기 등 철쭉을 소재로 한 갖가지 부대행사가 축제기간 내내 이어진다. 남한강 위에 그림처럼 솟아난 도담삼봉과 천연기념물 제256호인 고수동굴, 구담봉과 옥순봉 등 자연이 빚어낸 명품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 축제만의 매력이다.
눈에 이어 이젠 입이 호강할 차례. 남한강에서 잡아 올린 민물고기와 올갱이로 만든 민물매운탕과 올갱이해장국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곤드레마늘솥밥·황기마늘갈비탕·쟁반도토리막국수 등도 맛있다. 5월22~30일. ☎043-423-0701, 043-420-3228, www.dy21.net
●동백꽃주꾸미축제 (충남 서천)=꽃구경·식도락·어촌체험까지 오감만족
꽃구경, 식도락에 어촌체험까지 겸할 수 있는 오감 만족형 지역축제.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서천군 서면 마량리 동백나무숲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동백 군락지로, 서해의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3~4월에 선홍빛 꽃을 일시에 피워 신비함을 더해 준다. 숲 정상에 있는 누각인 동백정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와 저녁노을도 압권이다. 축제기간 동안 동백나무숲 입구에서는 주꾸미 요리장터가 운영된다. 마량포구에서 갓 잡아 올린 주꾸미로 볶음·전골·샤부샤부·회 등 각종 요리를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제철을 맞은 주꾸미의 참맛을 선사한다. 쫄깃쫄깃하면서도 알이 꽉 찬 봄 주꾸미는 나른한 봄 영양 보충용으로도 제격이다. 부대행사로 주꾸미 잡기 체험, 방문객 노래자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서천의 특산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직거래장터도 운영된다. 신성리 갈대밭, 한산모시관 등 인근에 볼거리도 많다. 3월20일~4월2일. ☎041-950-4226, www.seocheon.go.kr
●모악산벚꽃잔치 (전북 김제)=벚꽃터널서 즐기는 역사탐방·체험행사
모악산 자락에 있는 천년 사찰 금산사 주차장 일원에서 벌어지는 호남 제일의 벚꽃축제. 금산사에는 국보 제62호인 미륵전을 비롯해 보물 제25호 오층석탑, 제26호 방등계단 등 유명 문화재가 많아 역사 탐방까지 겸할 수 있다. 김제평야 동쪽에 우뚝 솟은 해발 794m의 모악산은 등산코스가 다양하고 경관이 빼어나 사철 많은 등산객들이 줄을 잇는다.
부채 그리기, 수변문화 체험, 초·중·고 백일장 및 사생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상춘객들을 맞으며, 지평선 한우 플라자 및 농산물 판매장을 운영해 지역의 농특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한다. 수도권 관광객들을 위해 축제기간 동안 서울에서 김제까지 벚꽃관광열차가 운행되고 김제시는 문화관광해설사가 탑승한 투어버스를 제공해 행사장과 금산사, 심포항 낙조 등의 관광 안내를 돕는다.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에게는 중식으로 ‘지평선 쌀밥정식’이 제공된다. 4월9~11일. ☎063-540-3190, www.gimje.go.kr
●영취산진달래축제 (전남 여수)=진달래 구경 ‘인산인해’ … 먹을거리도 일품
여수반도에 나지막이 솟은 영취산(510m)은 99만2,000㎡(30만평)에 이르는 전국 최대의 진달래 군락지가 있어 봄철이면 전국에서 몰려온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산밑에서 진달래 군락지로 가는 등산로는 산행 시간이 1~3시간으로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오르기에 부담 없어 인기다.
고려 중기(1195년)에 국운 융성을 위해 지은 흥국사란 고찰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산 정상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여수산업단지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맛도 나름 괜찮다. 진달래아가씨 선발대회와 청소년 문화 공연은 이번 축제위원회가 야심차게 준비한 대표 행사니 꼭 가 볼 것. 가물 때 기우제를 지내면 정말 비가 온다는 기우단과 인근의 도솔암도 둘러볼 만하다.
‘육해공’의 먹을거리가 사철 가득한 여수의 맛도 놓치지 마시길. 갯장어회·게장백반·고들빼기김치·굴구이·서대찜·돌산갓김치·군평선이 등 일일이 거명하자면 입만 아프니 백문이불여일식. 4월2~3일. ☎061-691-3104, www.jindalrae.or.kr
●의성산수유꽃축제 (경북 의성)=노란 꽃무리 장관 … 작품사진 단골 촬영지
의성은 마늘과 사과의 고장이지만 최근에는 산수유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 일대 30여㎞의 계곡과 산자락에는 수십년에서 수백년 된 산수유나무 3만여그루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어 매년 3월 중순에서 4월 초순이면 노란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산수유꽃이 연출하는 일대 장관을 필름과 화폭에 담기 위해 이맘때면 전국의 내로라하는 사진작가와 화가들이 몰려든다.
‘노란 꽃망울의 향연’이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의성산수유꽃축제는 농촌 부활과 도·농상생을 표방한다. 주요 행사로는 개막식날 농촌 부활을 위한 기원제를 시작으로, 군민 노래자랑, 산수유꽃길 걷기 대회, 산수유 콘서트 등이 펼쳐진다.
부대행사로 진행되는 산수유차 시음회, 산수유 꽃마차 타기, 산수유 비누 만들기, 사진 전시회 등도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다.
축제기간 동안 의성군에서는 산수유와 산수유 진액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화전리 부녀회에서는 산수유 동동주·손두부·칼국수·파전 등을 직접 만들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3월20일~4월4일. ☎054-830-6355, www.usc.go.kr
●봄꽃&숭어축제 (경남 거제)=직접잡은 숭어 꽃그늘서 먹는 맛 ‘별미’
‘함께 가요 봄꽃구경, 맛보세요 거제숭어!’ 몽돌해수욕장으로 유명한 거제시 동부면 학동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축제로, 유채·진달래·벚꽃 등 다양한 봄꽃 구경과 더불어 봄철에 한창 살이 오른 숭어를 맨손으로 잡고 즉석에서 회로 요리해 즐길 수 있다. 몽돌해변에서 펼쳐지는 형형색색의 레이저쇼와 불꽃놀이, 해변 드라이브의 묘미를 더해 주는 벚꽃길 야간 조명등도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다.
행사장 내에 가두리를 특별히 설치해 숭어 4,000마리를 풀어놓고 일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맨손으로 숭어 잡기 행사를 여는데, 잡은 것은 각자 가져갈 수 있다. 꽃그늘 아래서 먹는 숭어회·숭어찜·숭어튀김·숭어무침도 별미다. 인근 장목면에 있는 대금산(438m)도 들러볼 만한 경승지다. 다도해의 푸른 물결이 한눈에 들어오는 대금산에는 1만6,500㎡(5,000평) 규모로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해마다 3월 말~4월 초면 온 산이 붉게 물든다. 능선에 올라서면 거제와 부산을 연결하는 대공사인 거가대교의 위용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4월4일. ☎055-639-3023, tour.geoje.go.kr
●유채꽃큰잔치 (제주 서귀포)=28년 이어온 축제 … 제주 특유의 행사 가득
28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봄꽃 축제의 대명사. 푸른 바다와 함께 넓게 펼쳐진 노란 융단 같은 유채꽃밭을 연인과 거니노라면 달콤한 향기에 정신이 그만 아찔해진다.
축제가 열리는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녹산로 일원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곳으로 새끼오름·따라비오름 등 봉긋한 오름을 배경 삼아 아늑하게 펼쳐져 있는 길이 장관이다.
유채꽃 오름길 걷기, 잔디썰매 타기, 목장길 달구지 트래킹 등 제주에서만 할 수 있는 독특한 체험 행사가 가득하다. 인근 표선·성산항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과 빙떡·돔베고기·몸국 등 제주 향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봄향기장터도 운영된다.
이 축제와 별도로 서귀포 유채꽃 국제걷기대회가 3월26~28일 제주월드컵경기장 광장에서 열린다. 이 행사에 가면 일본·중국·러시아 등에서 온 문화사절단의 화려한 퍼레이드를 볼 수 있다. 4월10~11일. ☎064-760-4411~3, 064-739-7201, 70ni.seogwipo.go.kr/seogwi03.html
[농민신문 이승환·김소영 기자 최종편집 : 201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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