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선생의글-진정 통일을 원한다면 행정수도 옮겨라(2) | 한국의외교
우리는 이제 이러한 북한군의 올인(ALL-IN)전략과 박정희의 새로운 방어전략을 보다 긍정적인 남북통일의 평화전략으로 역이용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남북통일이란 무엇인가? 우선 통일의 의미를 정확히 규정하기 전에, 통일에로의 길이 남·북한 쌍무간에 군축의 협의가 없이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군축이란 단순히 군대의 파우어를 축소시킨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라 전체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서 한민족간에 서로를 죽이기 위한 대치구조를 해소시키고 군축을 통하여 국방력을 정예화시킬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의 전방배치가 후퇴해야 한다. 서울을 향한 총부리가 돌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뜩이나 일산·파주에까지 신도시를 개발해놓았다. 과연 북한 군부는 전방배치의 총부리를 돌릴 것인가? 그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북한군으로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수도 서울의 공략이점과, 유사시의 전격전 가능성, 남한의 대량살상무기가 그들과 서울이 뒤섞이기 때문에 결코 사용될 수 없다는 자기방위적 이점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50년 동안 구축해놓은 북한군부전략의 수정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답은 너무도 명약관화한 것이다! 행정수도를 연기·장기지구로 옮김으로써 북한군부전략이 수정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고 새로운 군축의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 수도가 후방으로 재배치되면 북한군부는 후방의 허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며, 아군의 정밀한 장사정포 공격이나 미사일공격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혹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구상이 선거득표용으로 개발된 정략적 논리래서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누가 어떤 말을 어떤 의도에서 했든지를 불문하고 이 민족, 이 역사의 명운의 대세를 결정하는 호사라면 우리는 적극 수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육·해·공 3군본부가 계룡산 신도안에 이주되어 있으며 대전 대덕에 광대한 첨단과학 연구단지가 성공적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의 리딩 기업인 삼성이 아산만 지역에 미래형 기업도시를 기획하고 있으며 군산항 아래의 새만금은 앞으로 황해문화권의 리딩롤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유기체적 갯벌 제방도시로 등장할 수 있다. 박정희시대의 경제개발 계획들은 대구·포항·울산·부산·김해·마산·창원의 유기적 어반클러스터를 형성하여 물류를 효율화시킴으로써 달성된 것이다.
앞으로 동북아시대의 새로운 경제개발계획은 아산·연기·대전·군산·새만금의 유기적 어반클러스터를 통해 600년 동안이나 죽어있었던 황해를 살려내고 대중국의 새로운 세계 물류센타를 영종도·인천·목포와 연결하여 확보함으로써 동북아중심의 새로운 황해문화 공동체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동북아중심 국가니 평화번영 정책이니 하는 따위의 허황된 레토릭에 함몰되지 말고, 구체적으로 티엔진으로부터 옌타이·칭따오·르자오·상하이·산터우·선추안·홍콩을 연결하는 중국해안문화의 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 허브에 섬세한 국제적 감각의 대제국이었던 백제의 수도 웅진(熊津)지역의 신행정수도가 새롭게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됨으로써 경상남북도 지역의 어반클러스터도 새로운 탄력을 얻게 된다. 이것은 우리민족사의 필연이다!
통일수도를 개성으로? 가소로운 망언!
▲ 행정수도 예정지인 공주시 장기면과 연기군 남면이 만나는 들녘. |
통일을 원치 않는 기득권자들의 조소와 냉소와 방관 속에서 통일의 과업을 달성해야 한다는데 그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남·북한이 다 마찬가지다. 통일은 현실이 아닌 당위요, 자인이 아닌 졸렌이다. 우선 독일식 흡수통일(merging)은 불가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통일은 우리만 원치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강대국이 원치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일의 현실적 방법은 무엇인가?
여기에 바로 6·15공동선언 제2조의 현실적 감각과 그 비젼의 위대성이 있는 것이다: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공통점을 인정하고 그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간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이것은 양국체제를 일단 명확히 인정한다는 뜻이다. 행정·군사·외교의 폴리테이아를 독립적으로 인정하고 경제·문화·환경·보건·교육·재해대책 등의 공동사안을 위해 협력하고 교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류의 전제는 양 체제의 인정이다.
우리나라는 휴전중이다. 휴전이란 전쟁중인데 잠깐 쉬고 있다는 뜻이다. 가소로운 일이다! 이승만이라는 비젼 흐린 독재자에 의하여 남북상잔의 비극은 무책임하게 끝나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휴전협정의 당사자로 참여치도 못한 것이다. 우리의 당면과제는 하루속히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키며, 전쟁의 종료를 선언하고 더 이상 유엔군이 휴전선의 당사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과 남한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함으로써 주체적으로 자주적으로 우리 스스로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남·북의 체제인정이란 곧 양국의 수도를 건강하게 활성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백두대간의 형국을 보라! 백두산에서 뻗쳐 내려오는 대간은 묘향산을 스쳐 금강산·설악산·오대산·대관령을 거쳐 지리산까지 내려오다가 다시 300리 금남정맥을 타고 올라와서 계룡산에서 끝난다.
그 곳 산태극과 수태극이 감싸도는 지역에 장기·연기가 있다. 묘향산 끝자락에 평양, 계룡산 끝자락에 신행정수도! 그것은 백두대간 지세의 필연이다. 여기에 우리는 남북 두 행정수도의 제3의 교류지점으로서 서울과 개성을 연결하는 새로운 평화회랑(Peace Corridor)을 구상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개성까지는 역사·문화·경제의 화해벨트로
▲ 백두산에서 시작해 지리산에서 멈춘 백두대간. | |
이것은 결코 꿈이 아닌 현실이다. 북한은 2002년 7·1조치가 3년차로 접어들면서 중국의 승포제를 도입하여 기업에 경영자율권을 허락하였으며, 부실기업을 통폐합하여 기업집단을 창출하고, 지방기업에까지 대외무역권을 허락했다. 이것은 중국이 20여년간 발버둥쳤던 노력을 단기간내 압축적으로 달성하겠다는 포부의 표현이다. 북한이 변치 않고 있다는 푸념은 단순한 무지의 소산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관료들은 타성적 관념과 실제변화에 대한 몰지각으로 민족을 앞세우며 대북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낭만적 기업인들을 모두 좌절시키는 행위만을 일삼았다. 수출금융지원이 있다면 당연히 대북사업 금융지원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부질없는 특검으로 정몽헌과 같은 인물을 저승으로 휘모는 짓만 일삼았던 것이다. 어찌되었든 그는 대치하기 어려운 권위로운 접촉통로였다. 이 나라처럼 대북채널과 같은 전문적 성격의 국가자산을 보호하지 않는 우매한 나라도 없다. 민주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를 모르고 있다. 자유와 개방의 배면에는 반드시 보호되어야 할 은밀한 소통의 체계가 축적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소중한 자원과 통로가 다 노출되고 파괴되면서 그 자리를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주도하는 중국세력과 북·일관계 정상화를 준비하는 일본세력이 메꾸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찌 통탄스럽지 아니한가!
지금 우리에게는 사회과학적 엄밀성보다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다. 개성은 고려의 수도다. 서울은 조선의 수도다. 고려는 고구려의 진취적 기상을 이었으며, 숭무정신에 불탔으며, 서경을 복원하여 고대사의 정신을 승계하고 광개토왕의 고토회복을 획책하였다. 전형적인 대륙형 왕조였다. 조선왕조는 이와는 달리 세련된 숭문의 나라였으며 문아(文雅)의 극치를 달렸으며 성리학적 이념으로 당대의 보편적 질서를 수용하려 하였다. 그러나 대륙적 기상을 위축시키고 사대주의적 외교감각에 매달림으로써 민족주체의 상실이라는 문약(文弱)의 비극을 초래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개성과 서울간에는 보이지 않는 역사적 텐션이 있다. 조선 초 한양의 인구가 3만이 될 때에도 개성은 20만의 인구가 예성강 하구로부터 바글거린 국제감각의 대도시였다. 그러나 이들은 극도의 탄압을 받았다. 그래서 생계를 모색하기 위해 보따리장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소위 송상(松商)의 유래다. 올해 안으로 남북정상회담에서 서울과 개성을 평화회랑으로 선언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곧 고려와 조선의 화해를 의미하는 것이며, 남북의 통일만이 아닌 진정한 조선역사정신의 대통합을 의미하는 것이다.
락가수 데뷔하는 도올 "국민이여, 미래 향해 행진하자"
청계천을 복원하는 것은 매우 정당한 것이다. 버스노선을 정비한 것도 매우 잘한 일이다. 당장의 불편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전의 서울버스 상태가 얼마나 쓸모 있었던 것인지를 생각해보라! 우리는 긍정적 사고를 해야 한다. 터키의 앙카라, 브라질의 브라질리아, 오스트랄리아의 캔버라, 이 모든 수도이전이 실패한 사례로 꼽히지 않는다. 미국은 보스턴에 교육을, 뉴욕에 경제·금융·물류를, 와싱턴에 행정을 분화시킴으로서 유럽과는 다른 새로운 모델의 문명기축을 형성시켰다.
이 작은 나라에서 한 시간도 안되는 거리에 행정부가 빠진다고 뭐 경제파탄이니 이런 허튼 소리를 일삼고 있단 말인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행정수도를 어떻게 건설하는가? 그 청사진에 관한 건강한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다. 이제 줄다리기 줄을 놓고 희망찬 미래를 향해 행진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9월 5일 장충체육관에서 전인권과 단 둘이서 락 콘서트를 연다. 나는 락가수로 데뷔한다. 우리의 제목은 "행진하는 거야!" 전국민이여! 미래를 향해 힘차게 행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