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800km 메이플 로드 단풍여행 | ||||||
캐 나다를 여행할 때마다 그 자연의 위대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는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경험하는 일인데 우리보다 100배가 넓은 광대한 자연을 둔 캐나다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로키산맥의 때 묻지 않은 자연이 부럽고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품새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캐나다 가을과 만나고 난 후에는 캐나다 국기에 단풍이 그려진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된다. 이처럼 캐나다의 가을을 말할 때 단풍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캐나다의 추운 극지대를 빼고는 온통 붉게 물드는 단풍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단풍과는 사뭇 다른 자연의 웅대함이 깃들어 있다. 낮게 활강하는 비행기 위에서 바라보면 눈에 닿는 광활한 대지에 조물주가 호방하게 물감을 뿌려놓은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국토가 이처럼 붉은 빛으로 물결치는 아름다움을 선사하는데 그들이 단풍의 빛깔과 단풍잎을 국기로 사용하자는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 같다. 지난 10월부터 매 주말마다 남하하는 단풍의 행적을 따라 물밀듯이 움직이는 우리의 단풍 행락객처럼 캐나다 전역에서도 지천에 널린 단풍을 즐기기 위한 가을 여행이 활발해진다. 그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바로 나이아가라에서 퀘벡으로 이어지는 메이플 로드 (Maple-road, 단풍길)이다. 무려 800km에 달하는 이 코스에는 캐나다의 토론토, 킹스턴, 오타와, 몬트리올 그리고 퀘벡과 같은 유명 도시는 물론 크고 작은 국립공원과 호수들이 자리하고 있어 여행객들은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하지만 이 여행의 특성상 도시에서 맛보는 즐거움은 가급적 짧게 느끼고, 자연 속에서 최대한 여유를 누리는 것이 의미 있다. 물론 늘 같거나 비슷한 풍광이 지겹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좀더 도시에 집중하는 것도 좋을 법한 일이리라. 메이플 로드의 출발은 나이아가라 폭포. 토론토에서 내려와 다시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니 시간이 아까운 사람은 생략해도 될 법하지만 그래도 처음 방문객에는 나이아가라를 보지 않는다는 것은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와 캐나다의 명물 아이스와인 양조장을 잠시 들러본다면 한두 번 나이아가라를 본 사람들도 후회하지 않을 법한 여정의
시작이 아닐까. 토론토를 지나면 단풍나무(메이플), 포플러, 너도밤나무, 연밥피나무, 자작나무 등이 각각의 색을 뽐내는 숲과 온타리오 호수를
끼고 자동차는 달린다. 푸른 하늘과 짙푸른 호수에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숲은 한 줄기 가을바람에 박자를 맞추듯 우아한 자태로 몸을 출렁인다.
우리나라 총 면적의 7%나 되는 크기의 거대한 단풍숲 속을 거닌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곳을 거닌다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겠지만 그 상상만으로도 기분은 좋아진다. 토론토 북쪽으로 3시간 거리에 떨어진 알곤퀸 주립공원은 총 면적이 8,000㎢로 캐나다에서 가장 넓은 자연공원이자 온타리오 주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이다. 넓디넓은 만큼 공원 안에 호수, 숲, 강, 계곡 등이 모두 있다. 1893년 목재상들의 무분별한 벌채로 멸종 위기에 몰린 야생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주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지금은 늑대, 무스, 흑곰 등 다양한 야생동물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천혜의 자연경관 속에서 카누, 하이킹, 산악자전거, 낚시 등의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어 캐나다인 외에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최고의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이킹을 즐기거나, 가을에 입질이 많은 농어 낚시도 인기가 높지만 이곳의 최고 레포츠는 카누 여행이다. 1,500km에 달하는 카누 루트가 있고 물결이 잔잔해 초보자라도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 천천히 카누를 저어나가며 수면에 비친 단풍숲과 아름다운 황금빛 노을을 바라보는 상상은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 하나의 아름다운 명코스가 있다. 나이아가라가 메이플 로드의 시작을 알리는 곳으로 유명하다면 로렌시안 고원은 메이플 로드의 정점을 이루는 곳이라 할 만하다. 오타와를 지나 몬트리올에 들어서면 유명한 휴양지 몬터벨로가 자리한 로렌시아 고원이 펼쳐진다. 완만한 고원 일대가 낙엽수림으로 우거져 온통 붉은 빛으로 뒤덮인 로렌시아 고원은 가을 여행의 각별한 맛을 느끼게 한다. 로렌시아 고원에서도 가장 큰 스키장을 안고 있는 리조트 지역은 바로 몽 트랑블랑(Mont Tremblant). 공원 안으로는 호수, 강, 언덕, 숲 등이 넓게 형성되어 있고 캠프장들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트랑블랑 리조트는 사계절 고급 리조트로 캐나다 휘슬러 다음으로 많은 스키어들이 찾는 곳인 만큼 북미의 동부지역 최고의 스키리조트로 손꼽히고 있다. 총 94개의 슬로프로 구성되어 있으며 13개 리프트로 시간당 2만7,500여 명의 스키어들을 정상으로 옮기는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가을철에 이 설비를 이용할 리 만무하지만 650m에 이르는 트랑블랑 산 정상에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서 보는 일은 추천할 만하다. 이곳에서 보는 전망은 그야말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마치 그림 속의 마을이 튀어나와 눈앞에 펼쳐져 있는 듯하다. 한쪽은 트랑블랑 강이
흐르고 뒤편으로는 로렌시안 주립공원이 펼쳐져 특히 가을에 붉은 단풍의 절경은 황홀하다. 또한 이곳의 자랑은 약 12개의 수준 높은 스파 시설.
그중 호텔 클럽 트랑블랑(Hotel Club Tremblant)이 단연 최고로 꼽힌다. 장시간의 이동으로 피곤함을 느낀다면 이곳에서 피로를
확실히 풀어봄직하다. 로렌시아 고원을 벗어나 퀘벡으로 나서는 길은 세인트로렌스 강과 함께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서양을 향해 흘러가는 강줄기를
따라 도열한 숲길 끝에는 마지막 도착지인 퀘벡. 캐나다 속의 프랑스라고 불리는 퀘벡의 문화적인 정취와 단풍은 너무나도 운치 있게 어울린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선정된 퀘벡시의 구시가를 둘러보고 중세풍 건축양식의 호텔 샤토 프롱트낙의 테라스에서 세인트로렌스 강을
굽어보며 한 잔의 차를 마시면 모든 여정은 완성된다. 가장 일본적인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천년 고도(古都)로 알려진 교토라는 의견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으로 온 도시가 화사하고, 가을이면 붉게 물드는 단풍으로 도시는 더욱 오색찬란해진다. 교토에서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면서 즐거운 산책을 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수없이 많은 사찰과 정원들일 게다. 이 가운데 추천할 만한 코스는 히가시야마(東山) 지구로 교토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끌고 있는 기요미즈데라(淸水寺)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요미즈데라에 이르는 언덕길은 돌로 이루어진 작은 골목으로 선물가게와 골동품 상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780년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기요미즈데라에는 국보로 지정된 본당이 가장 큰 볼거리. 1633년에 세워진 이 본당은 경사가 급한 계곡에 139개의 기둥을
세워 만든 아름다운 건물로 기둥의 높이만 15m에 달한다. 이 본당의 넓은 마루 위에서 바라보는 가을 단풍은 실로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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