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의 계절ㅡ. 뜨거웠던 여름의 열기가 이제 밖으로 나뭇잎을 타오르게 한다. 일본은 이를 홍엽(紅葉) red leaves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이를 단풍(丹楓)이라고 듯이. 풍(楓)자는 곧 maple tree를 의미한다.
丹+楓은 글자에서부터 정서적 운치를 일게 한다. 그러나 은행의 黃+葉이 가을의 끝을 먼저 알려도, 紅+葉으로 낙엽의 계절을 일본은 단풍이라고 표현한다.
단풍철에는 산에서 발견하는 시퍼런 푸른 나뭇잎(綠+葉)이 더 희한할 만큼 우리의 눈빛을 새롭게 자극한다. G. 페트로니우스는 《사튀리콘》에서 ㅡ`보기 드문 일이면 값이 난다'고 했다.
나뭇잎은 여름 한 철 싱그러운 초록색이다. 그러나 가을이 짙어지면 대개는 제 색깔을 간직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생태적인 낙엽 성 나무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常綠樹가 더 값이 난다.
■소나무에서 보는 휘귀한 수목의 가치ㅡ. 21일 설악산 대청봉에 첫눈이 내렸을 때 돋보이는 광경은 흰 무더기 배경을 뚫고 투명하게 떠오른 솔잎의 녹색이었다.
대청봉(1.708m)에는 넓은 어깨의 둔중한 西北主稜과 날렵해 보이는 현란한
恐龍稜線이 대조적이다. 이 고산지대는 특색으로 우리나라의 기후 변화에 민감하다. 예년보다 10일 빠르게 첫눈을 보였다.
그만큼 이 대청봉은 희귀식물이 눈을 끈다. 다른 고산지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풀과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며 서식하고 있다. 솜다리(에델바이스) 제비꽃, 바람꽃, 눈 향나무, 눈 잣나무... 백두대간의 화려하고 장엄한 절정의 시사다.
그런데 이 희귀 성 나무나, 일 뿐이 아닌 희소성 물질을 돈으로 규정지어 때로는 불쾌감을 폭발하게 한다. 가치를 돈으로 계산하는 사회ㅡ. 말하자면 인간의 경우 삯돈을 높게 받는 사람은 그 가치가 귀하다는 것이다
■돈으로 계산되는 희귀 성 사람값, 희소성 물건값ㅡ. 돈이 없어도 천재는 천재다. 나는 천재가 돈으로 계산되는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사람의 가치이게 하는 사회가 왜 실현되지 못할까?
지식이 없고 날품팔이를 해도 친절하고 너그럽고 성실하고 진실하고 인간성이 넉넉한 사람이 값 높은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구두닦이나 이용업소 이발사의 소득이 유럽이나 미주에 비해 너무 낮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 구두닦이의 삯돈이 이 나라의 경제적 여건에 의해 좌우되겠지만 그 소득원으로 인간의 가치를 측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것을 G. 페트로니우스 말 과 같이 서양은 서양일 뿐이다. 서양사람은 일체의 척도를 돈으로 규정짓는다. 자본주의 사회의 매력이 거기 있다. 그리고 그 같이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 생각이 세계의 인간들을 타락하게 한다.
■복엽 비행기가 거꾸로 찍힌 우표ㅡ. 그 때문에 사용되지 않았던 우표 4장 1조를 가지고 있다가 벼락부자가 됐다. 19일 미국 뉴욕 로버트 A. 시갈 옥션 갤러리 경매에어 270만 달러(31억 원) 에 낙찰됐다.
이는 미국에서 1918년 인쇄한 24센트 우표다. 복엽 프로펠러기에 〈커티스 `JN4'〉라고 써 있어 수집가들 사이에 `제니'로 알려졌다. 잘못 인쇄된 우표만도 1 시트 100장이었다.
4장씩 붙은 상단에는 시트 번호가 있다. 이 일련번호 때문에 가치가 컸다는 것이 수집가들의 견해다. 이미 사용된 일부 복엽 비행기의 미스 프린트 우표는 300만 달러가 넘게 낙찰된 기록이 있었다. 낙찰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런던에서는 시인 T. S. 엘리엇의 대부분 발표되지 않은 편지들이나 대표시집 《황무지》에 서명이 있는 초판본이 20일 옥션에 출품돼 43만 8000 달러(4억800만만 달러)에 낙찰됐다.
■엘리엇의 편지들은 톰 페이버와 톰의 어머니 에니드 앞으로 쓴 것으로 2004년에 세상을 떠난 톰은, T. S. 엘리엇의 친구인 출판업자 제프리 페이버의 아들이었다.
타이프로 찍은 50 통에 이르는 편지에는 `톰 아저씨로부터'라고 서명돼 엘리엇의 해락적인 일면을 생각하게 했다. 엘리엇의 시집《황무지》는 5848 달러(6500만원)에 낙찰된 편지 등을 합쳐 모두 43만 8000 달러가 넘었다.
T. S. 엘리엇은 1888년 미국 미주리 주 센트루이스에서 출생, 1914년 런던에 이사해 많은 명작을 썼다. 1965년에 사망했다. 서양사람의 수집 욕은 놀랍다.
그렇게 돈을 내고 4매의 우표나 남의 편지 아니면 시집의 서명에 매혹돼 물 퍼 쓰듯 돈을 쓰니 그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좋을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것이 서양 자본주의 사회의 돈 쓰는 자유일까?
■ 지금은 단풍철...! 일본 사람이 쓰는 紅葉! 그러나 이 글자는 국내에서도 쓴다. 一逕松風吹帽落 滿衣紅葉醉扶歸(李齋賢의 `龍山秋晩'에서) 에도 나온다.
ㅡ`오솔길 솔바람 모자를 떨어뜨리고 옷깃 가득한 붉은 잎으로 취해 돌아왔네'
돈이면 다 라는 서양과 달리 이 땅에는 가을을 사랑하는 애국심 높은 국민이 많음을 알자...! 온 옷에 가득 내려앉은 단풍잎! 그것이 서양사람의 돈에 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땅의 가을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옷에 묻은 단풍잎이 서양사람의 `달러'처럼 보일지 모른다. 단풍을 달러처럼 값지게 옷에 묻힌 채 돌아오는 우리의 선비들은 얼마나 정신적으로 값진 삶을 사는가!
인생의 전부가 `달러'는 아니다. 우리는 동양 사람으로 가을에 취해 보자. 李齊賢의 시가 얼마나 감동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