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형적으로는 태평양 상의 호상 열도로 지금까지 여러 차례 진행됐고 현재도 진행 중인 지각운동의 지배를 받는 온난다습지역에 있는 조산대의 특징이 뚜렷하다. 우선 구릉지를 포함하여 국토의 1/4을 차지하는 산지는 다우다습한 기후조건을 가진 조산대로 기복이 심하며, 급류성 하천에 의한 하방침식으로 V자형 계곡이 발달해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계곡미를 형성한다.
또 대륙지형처럼 안정된 지역이나 건조한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차별침식지형도 화산지역을 빼면 거의 드물다. 많은 강수량과 반복되는 지각변동에 의해 산지는 더욱 세분화되어 있다. 이들 산지 사이에는 소규모의 분지나 퇴적물로 메워진 산간평지가 형성되어 있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히고 얽힌 지형적 특징은 가을이 되면 빛깔에 따라 제각각의 색깔을 내는 단풍으로 인해 울긋불긋한 화려한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산맥이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듯한 카펫과 같은 융단이라면, 일본의 산맥은 깎아지른 듯한 산등성이와 깊게 패인 협곡이 아찔한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또 일본 국내를 관광하는 자국민의 비율이 국외 관광보다 많다는 것에도 알 수 있듯이 잘 갖추어진 여행 인프라는 단풍으로 물든 산속을 속속들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다. 손으로 직접 매만질 수 있는 단풍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일본 단풍의 특징이다.
파란 하늘과 빨간 단풍의 대조가 매력적인 곳, 북해도(北海道)
일본 단풍의 시작은 최북단(북위 43도)에 위치한 북해도에서 10월 중순부터 화려하게 시작된다. 해마다 6m가 넘는 엄청난 적설량으로 인해 육상교통이 마비되는 자연적 특성과 늦게 개발된 것이 오히려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이곳은 섬 전체가 하나의 국립공원과 같은 느낌을 준다. 전 지역에 널려 있는 수많은 산과 호수, 활화산을 비롯해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일본의 상징인 온천은 해마다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다.
자연경관이 수려해 섬의 대부분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북해도는 특히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찾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가을이 되면 맑은 공기 속에서 그 빛깔이 더욱 아름다운 푸른 하늘과 붉은 단풍 물결이 대조를 이루며 일본 첫 단풍 여행의 화려한 시작을 알린다.
벌거숭이 산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수증기와 뜨거운 열기가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한다 하여 ‘지옥계곡(地獄谷)’이라 불리는 노보리벳츠의 산책로를 비롯해 타루마에산의 화산 활동으로 이루어진 칼데라 호수 ‘시코츠 호수(支笏湖)’ 주변에서 펼쳐지는 단풍은 일본에서도 단풍 명소 중의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 밖에도 일본 최대의 도시 삿포로, 러브레터의 배경이 된 낭만의 도시 오타루, 화산마을 토야코, 세계 3대 야경의 하나인 하코다테는 단풍 이외에도 다양한 볼거리로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든다.
자연이 빚어낸 걸작, 일본의 북알프스 호쿠리쿠(北陸)
웅장한 자연의 대명사로 불리는 호쿠리쿠는 혼슈 지방 중앙에 위치한 곳으로 일본 산맥의 허리에 자리잡고 있다.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보는 이를 압도하는 곳으로 호쿠리쿠는 크게 후쿠이현, 이시카와현, 도야마현으로 구분된다. 특히 도야마현의 알펜루트와 쿠로베 협곡은 사계절의 뚜렷한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일본 굴지의 산악 루트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그 모습이 마치 스위스의 알프스와 닮았다 하여 ‘북알프스’로 유명한 이곳은 해발 3000m급의 고봉이 줄지어 서 있는데 그 모습은 자연이 빚어낸 걸작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원래는 험준한 산세와 지형으로 접근이 어렵던 이곳은 등산열차와 케이블카, 버스 등 이동수단의 개발로 관광객의 이동이 가능해지자 최고의 관광 상품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 지형을 속속들이 볼 수 있도록 설계된 간이열차와 케이블카 등으로 2시간 동안 지속되는 쿠로베 협곡 기차여행은 41곳의 터널, 22곳의 철교를 지나 종점까지 20.1km에 이르는데 놀라움과 감탄의 연속, 스릴 만점의 기차여행이다. 뿐만 아니라 다테야마역에서 나가노현의 오오기사와까지 대자연의 여정을 전차, 케이블카, 고원버스, 토로리버스 등 여러 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관광하는 ‘다테야마 쿠로베 알펜루트’는 세계적인 산악 관광 코스다.
마다가하라의 일대를 가리키는 비죠다이라(표고 977m), 최성수기에는 3000m의 연봉까지 단풍이 드는 다테야마, 격렬했던 5만년 전의 화산 활동을 그대로 간직한 무로도 고원은 10월부터 그 일대가 단풍으로 물들어 10월 중순이 되면 장관을 이룬다. 일본다운 일본의 자연경관을 찾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여행지.
화려한 도시보다 더 화려한 단풍이 어우러지는 도쿄&오사카
일본의 대표 도시 도쿄와 오사카 역시 단풍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신주쿠나 시부야 등의 화려한 일본 대도시의 모습이 그 중심에 있다면 그 주변에는 특급 관광지인 닛코와 나라 등의 명소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닛코를 보지 않고 멋있다고 하지 말라’는 일본 속담까지 있을 만큼 닛코는 해발 2,000m를 넘는 연봉이 주변의 폭포, 호수와 함께 어루러져 다채로운 색깔로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을 유혹한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즐비한 닛코에는 99m 높이의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장관인 ‘게곤 폭포’를 비롯해 난타이산의 화산 분출로 흘러내린 용암으로 생성된 둘레 21km의 갈테라 호수, 쥬젠지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모신 동조궁 등 역사와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그 깊이를 더한다.
일본의 고대사와 신화, 전통의 터전이 되는 교토와 나라는 일본의 초기문명을 대표하는 다양한 문화유산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교토시를 한번에 조망할 수 있는 ‘청수사’는 아래에서 보는 단풍도 좋지만, 본당의 넓은 무대에서 바라보는 단풍이 절경 중의 절경이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 초록빛으로 둘러싸여 숙연한 느낌이 들던 이곳은 10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전혀 다른 붉은빛의 강렬함으로 묘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또 우리에게는 ‘사슴공원’으로 친숙한 동대사의 나라공원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낮게 깔린 구릉과 산으로 감싸인 지형에서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일본 호쿠리쿠 단풍 여행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출발해 4일 간 진행되는 호쿠리쿠 관광은 ‘다테야마 쿠로베 알펜루트’를 비롯해 일본 최대의 협곡 쿠로베 토록코 열차 탑승을 포함한다. 일본의 3대 정원 중 하나인 가나자와의 겐로쿠엔 관광을 비롯해 일본 전통 숙박 호텔인 비완소에서의 숙박과 노천 온천에서의 휴식은 관광과 휴양의 절묘한 배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